가끔 온라인 시험 도중에 장애가 발생하면 응시자 영상을 직접 검수해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응시자를 보게 되는데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울어버리는 응시자도 있었다. 그런 모습에서 응시자가 시험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고스란히 느껴지고 나는 항상 자책하게 된다. 내가 정말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가? 만약 나와 회사가 온라인 시험 플랫폼을 만들지 않았다면 저 응시자는 오프라인에서 정상적으로 시험을 보지 않았을까? 장애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긴하지만, 온갖 물음표가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키오스크를 떠올리고는 한다. 온라인 시험 플랫폼과 키오스크는 회사에게는 편하지만 사용자에게는 불편한 서비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고객사 입장에서 키오스크는 일부 사용자의 불편을 감수할만큼 매력적인 효율을 내고 있고, 키오스크 회사는 돈을 주는 고객사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키오스크는 불편한 사용성에도 불구하고 돈의 논리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온라인 시험 플랫폼 또한 내가 만들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키오스크처럼 당연한 사회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일종의 방어기제라는 것을 알고 있긴하다. 하지만 장애는 이미 발생헀고 나는 계속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나중에 더욱 많은 경험을 겪으면 과연 장애에 둔감해질 수 있을지 모르곘다.